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 어릴 적 우리에게 '근면·성실'의 가치관을 심어준 유명한 이야기이죠. 더운 여름 땀 흘리며 미리미리 먹거리를 준비했던 개미는 따뜻하고 든든한 겨울을 지내지만, 여름 내 그늘 밑에서 띵까띵까 노래했던 베짱이는 고생하게 된다는 줄거리입니다. 하지만 요즘, 베짱이의 삶 방식을 다르게 평가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베짱이 역시 한껏 재능을 발휘하며,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지요.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을 똑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베짱이'의 라이프스타일을 새롭게 해석하며 자기만의 업을 창조한 사례도 있습니다. 바로 강원도 평창의 '베짱이농부' 최지훈입니다. 2011년 강원도 평창군으로 귀촌한 최지훈 농부는 도시의 삶 대신, 베짱이처럼 일상을 즐기며 행복하게 내 일을 할 수 있는 시골 생활을 택했습니다. 부모님의 4만 평 농사일을 도우며 마을에서 먹고 살 수 있는 일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각종 문화행사를 기획하게 되었고 '크리에이터 파머(Creator Famer)'라는 새로운 직업까지 창직하게 되었지요. '베짱이농부'라는 브랜딩을 기반으로, 사람들과 지역의 식재료를 연결하는 소셜다이닝, 지역 내 귀촌 작가들과 함께하는 미술 수업, 인디밴드 '연희하다' 팀과 함께 꾸린 예술여행사업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제 베짱이농부는 그림스테이&공방 '미지하우스'를 중심으로 평창의 이웃들과 더욱 돈독한 귀촌 생활을 이어갑니다. '미지하우스'는 평창군 봉평면에 위치한 주택으로, 게스트룸인 '미지스테이'와 쇼룸 겸 작업실인 '미지 공방'으로 구성됩니다. '미지 공방'은 동화 같은 그림을 그리는 평창의 선미화 작가가 입주하여 클래스를 운영합니다. <2020년 강원작가의 방> 레지던시 사업에 호스트로 참여한 '미지하우스'는 강원 도내 예술가를 마을로 초대하여 이웃들과 좋은 영향력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핸드메이드 노트 제작, 그림 그리기, 책 읽기 등 자체 워크숍을 개발하여 독자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내가 뿌리내린 마을과 좋은 관계를 맺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머물고 일하는 '베짱이농부'. 베짱이의 라이프스타일이 묻어난 '미지하우스'에 머물며 함께 사는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