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S 시청자청원게시판에 '부산에서는 수신료 받아가지 마세요'라는 청원이 등장했습니다. 재난주관방송사인데도 부산에서 발생한 폭우 피해에 대해 충분히 보도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부산만이 아닌 다른 지역의 재난 피해 역시 언론은 보도하지 않거나, 과소 보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서울 공화국'이라는 표현이 몇 년째 유행일 정도입니다. 이는 방송 분야의 인프라가 모두 수도권에 집중되어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부산 사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퍼블릭액세스(시청자제작) 방송을 만들었습니다. 부산MBC 표준FM에서 방송되는 '라디오 시민세상' 채널은 방송 관계자 없이 시민들이 꾸려가는 프로그램입니다. 독립영화 제작자, 시민단체 활동가, 미디어 교육을 받은 시민들로 이루어진 제작지원단이 기획부터 제작까지 담당합니다. 시민들이 직접 부산의 이슈를 보도하고, 논의하며 지역사회를 바꾸는 이 프로그램은 많은 사랑을 받아 2005년부터 지금까지 장수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송이 지역을 위해 꼭 필요했던 것이죠.

그런데, 이 방송이 보여준 새로운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걸 발견한 것은 부산의 청년 미디어 활동가들이었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 미디어 분야의 인프라는 수도권에 극도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건 미디어가 업인 사람은 서울로 가야만 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말은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은 어느 분야에나 통한다지만 미디어는 특히 그 정도가 심합니다. 하지만 이 청년들은 부산을 떠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라디오 시민세상'과 같은 접근 방식으로 로컬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가닿은 것입니다.

이 청년들이 꾸린 미디토리 협동조합은 부산을 기반으로 공공 미디어 콘텐츠 제작과 커뮤니티 미디어 지원을 진행합니다. '공공 미디어 콘텐츠 제작'은 공공기관, 공익재단, 지자체 등의 공익 캠페인과 프로젝트를 알리는 영상을 제작하는 것입니다. '커뮤니티 미디어 지원'은 미디토리가 직접 공익활동을 기획하거나, 미디어소외계층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미디어 교육 및 지원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최근의 주요 활동은 부산의 여성장애인들과 함께 유투브 콘텐츠를 기획제작한 것이며, 지역케이블 방송사 및 시청자미디어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방송을 송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미디토리는 미디어가 지역과 주민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공의 가치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어느 한 기업이나 방송사가 독점하지 않도록 만듭니다.

'미디어 활동을 하는 우리가 취업취약계층이다. 그래서 직접 우리를 위한 안정적인 생태계를 만들어내겠다'는 이 패기있는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지 않도록, 열렬한 응원을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