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제주답지만, 또 제주답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제주 원도심입니다. '제주'를 떠올리면 대부분 바다, 오름, 산을 말하지만, 원도심이야말로 제주의 오래된 역사를 새긴 가장 제주다운 곳입니다. 지금은 흔적도 거의 남지 않은 제주성, 그리고 그보다 더 일찍 형성된 무근성 마을은 제주의 활력과 고통이 모두 남아있는 심장부입니다. 제주의 가장 오래된 호텔, 최초의 교회, 그리고 관청을 모두 품었던 곳이거든요. 1980년대 탑동매립지가 생기기 전까지 제주에서 가장 번화한 일대였던 무근성 지역은 도시개발사업에 따라 주요 시설을 하나 둘 신도심으로 내보냈습니다. 그러자 북적이던 골목은 활기를 잃고 찬란했던 도시의 추억은 빛바랜 과거가 되었습니다.

상권이 쇠퇴한 이후, 무근성 골목에는 유흥주점이 즐비하게 자리잡아 청년과 아이들이 편하게 방문할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지역양성화에 대한 요청이 많아지자 여러가지 해결방안을 모색했지만, 사람들을 원도심에 불러모으기는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경제학자 모종린 교수는 '골목상권'이 바로 원도심의 부활과 도시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는 키(key) 라고 강조했는데요. 원도심이 지속가능하려면 경제적인 기반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골목상권' 이외에는 활성화 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취향이 오롯이 담긴 독립브랜드, 그리고 로컬샵. '골목상권'을 이루는 핵심요소인 두 가지를 모두 녹여낸 공간이 마침 무근성 골목길을 살리는 혜성처럼 등장했습니다.

바로 '까페 리듬앤브루스(리듬)'입니다. 원도심에서 가장 오래된 목욕탕인 태평탕을 개조한 공간으로, 색색의 타일을 조합한 벽면과 옛 목욕탕 흔적이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까페 리듬앤브루스는 원도심의 터줏대감이자 무근성 골목길 상권의 시초였던 '쌀다방'(비플러스 제079호 펀딩)이 2019년 자리를 옮긴 곳이기도 합니다. Rhythm(리듬) + Brews(커피내리기) 를 합친 새 이름처럼, 이 곳을 찾아온 사람들이 음악와 커피에만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2층에는 과거 까페 단골이었던 청년들이 만든 은공방 '반띵', 조명샵 '람페 더 반', 패브릭디자인 '아하베르크'와 함께 로컬브랜드를 소개하는 쇼룸도 만들었습니다. 로컬푸드 팝업장터<태평가든>, DJ파티, 손바느질 워크샵 <죽음의 바느질> 등 행사를 기획하면서 까페를 넘어선 복합문화공간으로, 가게 하나가 아닌 골목길 전체를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원도심이 변화하기를 누구보다 기다린 사람은 바로 '지역주민'이라는 조이진 대표는 제주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원도심이 품고있는 이야기를 계속 알리려고 합니다. 어느새 관광객이 전무했던 골목은 이제 캐리어를 끌고오는 여행객과 로컬 청년들의 발걸음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제주'하면 바다, 오름, 산, 그리고 '원도심'이 떠오르는 그 날까지, 골목에 자리를 지키며 은은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까페 리듬앤브루스'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