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이들이 사랑하는 동네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바로 슬세권입니다. 슬리퍼 + 세권이 합쳐진 단어로 슬리퍼를 신고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거리에 카페, 식당, 책방, 영화관 같은 편의시설이 갖춰진 주거 권역을 뜻하지요. 소비는 번화가에서, 생활은 주거지역에서 해결했던 행동양식은 옛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유연근무, 리모트워크 등 새로운 일 방식이 등장함에 따라 동네에 살면서 일하고, 놀고, 소비하는 로컬-라이프가 각광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컬숍을 찾아다니는 이들의 수요를 흡수하려면 공간과 사람이 필요한데요, (주)블랭크는 '우리가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든다'는 슬로건 아래에 동네를 변화시키는 공간과 사람을 끌어당기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9년 차 건축사사무소입니다.

독특한 점은 13명의 구성원 가운데 '건축'을 전공한 사람이 5명 뿐이라는 사실. 사회학, 경영학, 무역학, 최근에는 호텔조리학과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동료들이 합류하여 (주)블랭크 건축사사무소, 아니 하나의 거대한 실험인 ‘블랭크’를 만듭니다. 이는 (주)블랭크가 공간설계는 물론 운영, 지역연구, 아카이브, 참여디자인 워크숍까지 다양한 분야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자산이 됩니다.

(주)블랭크가 주축이 되어 설계한 동네공간으로는 만화방을 재해석한 복합문화공간 '즐거운작당', 30년 된 마을서점 '대륙서점', 갓 도정한 쌀 편집샵 '동네정미소', 제로웨이스트 샵 '지구' 등이 있으며, 공유부엌 '청춘플랫폼', 공유주택 '청춘파크', 커뮤니티 바 '공집합' 등 상도동에 공유공간을 직접 조성,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공 프로젝트로는 '무중력지대 G밸리'와 영등포의 SH공사 '서울하우징랩', 인천청년공간 '유유기지', 서울시 '일자리카페', 춘천 '커먼즈필드' 공간조성도 진행했습니다. 누가 어떻게 사용할지 모르는 공간을 만들어 다시 고치는 일이 없도록 운영주체와 이용자를 모아 공간 기획을 함께하는 참여디자인 워크숍을 독산동, 대방동, 창동 등 여러 동네에서 진행했고, '마을활력소' 공간을 조성했습니다. 직접 동네를 기억하고 기록하는 아카이브 작업 '상도동 그 OO', '성대골 탐구생활'도 (주)블랭크가 하는 건축의 일환입니다.

서울 한강대교 아랫동네인 '상도동', 남산 밑 오롯한 동네 '후암동'을 거친 (주)블랭크는 이제 남해로 향합니다. 지방쇠퇴와 빈집증가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다양한 지역 팀과 협업해 온 (주)블랭크는 2019년 '공장공장' 팀과 함께 "괜찮아마을 3기" DIY 워크숍을 진행했고, 2020년에는 '팜프라' 팀과 함께 "팜프라촌 시즌2" 프로그램을 공동 운영합니다. 지방 문제 해결을 위해 지방에 더 많은 인구가 유입되려면 안정적인 생활 기반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2019년 LH 소셜벤처 지원사업 2기팀에 선정되어 웹사이트 '유휴'를 런칭, 지역 내 빈집 정보를 제공하고 지역에 사는 사람과 동네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력적인 소도시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남해를 시작으로 (주)블랭크의 시그니쳐 브랜드인 커뮤니티 바 '공집합'과 코워킹 공간 모델을 결합하여 거주와 업무, 여가가 복합화된 한달살기 거점공간 '유휴하우스'를 전국 주요 도시에 늘려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