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공평하게"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진을 보면 지나간 기억과 감정이 생생하게 떠오를뿐만 아니라, 까맣게 잊고 있던 일들까지 생각나곤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옛 사진을 보며 '추억여행'을 떠납니다.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힐링'의 한 수단으로서요. 이럴 때 펼쳐보는 사진은 대개 어릴 적부터 찍은 가족사진, 여행지 셀카, 이벤트 인증샷, 학교 졸업앨범 등입니다.

그런데, 졸업앨범을 갖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출생률 저하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및 이촌향도 현상으로 전체 학교의 19.5% 가량(약 2000여곳)이 졸업앨범을 제작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앨범을 소량제작하면 인건비와 재료비가 높아 권당 8~12만원 수준으로 제작단가가 비싸게 책정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학교의 아이들은 앨범은커녕 졸업사진 한 장 갖지 못하고 학창시절을 떠나보냅니다. 그것이 아쉬워 포토북으로 졸업앨범을 대체해보기도 하지만, 포토북은 다양한 사진을 담기 어렵고 견고성이 떨어져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없습니다.

행복한앨범제작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입니다. 대규모 졸업앨범 제작 경력자인 프리랜서 사진작가와 사진관 운영자들이 뭉쳤습니다. 이들은 두 가지 주요방안을 통해 소량 졸업앨범을 기존 단가 대비 50%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합니다. 첫째, 디지털 인쇄기를 도입하여 인쇄 비용을 절감했습니다. 이 인쇄기는 일반적인 졸업앨범 인쇄에 쓰이는 옵셋 인쇄기와 달리 인쇄에 필요한 과정이 적고, 소요되는 종이양이 적습니다. 둘째, 웹기반 앨범편집툴을 개발하여 인건비를 절감했습니다. 앨범을 제작하는 학생과 교사들이 직접 앨범을 편집할 수 있어, 제작자의 학교방문과 편집 작업에 드는 인건비가 감소합니다.

2019년 한 해에만 행복한앨범제작소는 전국팔도를 아우르는 약 110여곳 학교의 졸업앨범을 제작했습니다. 행복한앨범제작소는 소득수준, 졸업생수, 지리적 위치 등으로 소외되는 학생 없이 모두가 행복한 추억을 선물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