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 14조는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입니다. 그러나 정말로 살고 싶은 곳에서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직장 위치에 따라 살 곳을 정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원격근무가 보편화된다는 전망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원격근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직종도 있으며, 직장을 제외해도 교육, 의료, 문화 등의 문제가 남습니다. 매트릭스처럼 모든 일이 전자세계에서 가능한 미래가 오지 않는 이상 우리는 물리적인 기반, 즉 인프라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주)널티의 김신애 대표 또한 성인이 될 무렵 교육과 직장을 좇아 서울로 향했습니다. 학창 시절 내내 '나는 꼭 여기서 벗어나야지'라고 수없이 다짐했던대로요.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던 김 대표에게 TV방송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던 고향 태백은 '저주받은 공간' 같았습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동시에 이런 의문도 들었다고 합니다. '왜 나는 내가 살던 지역에서 내가 알던 사람들과 살지 못하고 일 때문에 떠나야 되는 걸까. 왜 내가 선택해서 떠나는 게 아니라, 여길 벗어나야 하는걸까.' 10여년간 웹디자이너, 게임개발자, 문화기획자 등 다양한 커리어를 거치는 동안에도 이 의문은 줄곧 김 대표를 따라다녔습니다.

(주)널티는 김 대표가 자신의 오랜 의문에 내놓는 대답입니다. (주)널티는 폐광도시 태백에 직접 문화 인프라를 만듭니다. 공간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디자인해 사람들을 불러들입니다. (주)널티는 산하공간으로 디지털노마드와 지역활동가를 위한 코워킹-코리빙스페이스 '무브노드', 새로운 문화를 들여오는 큐레이션 서점 '막장책방', 태백의 과거와 현재를 모으는 미술관 'ART-TEA'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을 거점으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기획해 사람들을 연결합니다.

그 중에서도 (주)널티는 지역의 청소년과 청년에 각별히 집중합니다. 이들은 김 대표의 고민을 현재진행형으로 살아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널티는 이들과 함께 태백의 문제를 발굴하고 고민하는 해커톤*, 태백을 찾은 디지털 노마드와 전문인들이 강연자로 서는 진로교육프로그램 등의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널티는 이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기꺼이 '지역에서 살아가기'를 선택할 수 있는 미래를 만듭니다.

*해커톤 : 해킹과 마라톤의 합성어로, 제한된 짧은 시간동안 참여자들이 팀을 구성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쉼없이 만들어보는 행사.